‘선행학습 방지법’ 국회 통과 …교육시장 반응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인 선행학습 방지법이 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교육업계에 미칠 영향을 두고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교육계는 선행학습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고자 하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한다.

가장 큰 영향을 받아야 되는 사교육 업계 역시 "별 문제 없다"는 답을 내놨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초등학교 입학 전 한글과 영어 알파벳은 물론 2~3학년 과정까지 선행 학습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중·고교로 갈수록 선행학습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선행학습 방지법은 이 같은 선행학습을 금지시켜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살림으로써 서민과 중산층의 가계 경제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오는 9월부터는 학교 정규 교육 과정과 방과 후 학교 등에서 선행 학습을 할 수 없고, 이를 유발하는 평가 자체도 금지된다.

이 같은 입법 당위성에도 교육계는 이 법안의 실효성을 두고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사교육을 잡기 위한 이 법안으로 오히려 공교육만 죽이는 자가당착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계가 꼽는 대표적 이유는 선행학습 기준의 모호성이다. 실제 선행학습 규제에 들어가는 교과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정도인데, 단계적이고 단락이 확실히 구분되는 수학이나 과학을 제외한 국어, 영어, 사회, 역사 등 병렬적 특성을 가진 과목의 경우 선행학습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 교육계 주장이다.

역사를 예를 들어보면, 초등학교 과정에서 고조선을 포함한 선사시대부터 해방 후 대한민국의 발전사를 배운다면, 중·고교에서는 기초적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심화학습이 이뤄진다. 즉 물리적 범위로 딱 떨어지지 않는 만큼 어디서부터를 선행학습으로 봐야 할지 알 수 없다.

이번 법안이 당초 예상됐던 사교육 시장이 아닌 공교육에 맞춰진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선행 학습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교육부와 시·도 교육감 산하에 심의위원회가 설치되면 학교 수업은 엄격한 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만약 초등학교 학생에게 김소월, 윤동주의 시를 설명하거나 고등학생에게 단테의 신곡 등을 언급하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선행학습으로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만큼 결국 교사는 교과서의 단순 지식 전달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사실상 이번 입법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아야 할 사교육 업계는 조용하다. 학원가에서는 이번 법안 시행에 따른 불안 또는 부담보다는 불만의 분위기가 오히려 크다.

초·중·고 대상의 대형 어학원 관계자는 "사교육이 '공공의 적'으로 몰린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이번 법안에 따른 영향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교육계는 이번 법안에서 사교육 업계에 대한 단속이 '광고'에 그치고 있는 만큼 학생들이 떨어져 나가는 등의 파장이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 전단지 등의 광고만 하지 않는다면 입학설명회 등을 열어도 제재할 방법이 딱히 없다. 교육계 관계자는 "선행교육 문제의 핵심은 뿌리 깊은 대입 경쟁이 특목고·영재학교 입시 등을 위한 과외, 학원 교습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문제 본질은 두고 뜬구름 잡는 비현실적 법안으로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Customer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