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비, 방과후 수업비 3~4배 - 일부 사립초는 불법 수업 강행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내년 3월부터 전국의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에대한 방과후 영어 수업이 금지된다. 선행학습을 금지하기 위해서라지만 영어수업에 대한 수요가 엄연히 있는 상황에서 공교육인 방과후 교실이 사라지면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가 사교육으로 몰려갈 것으로 우려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1일 “내년 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한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시행령을 3월부터 일몰 적용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있어서 각 시도 교육청의 의견을 들어봤지만 정책의 신뢰성과 안정성 차원에서 계획대로 금지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부연했다.
현행 정규 교육과정 중 영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가르친다. 따라서 1~2학년에게 영어과목을 가르치는 것은 지난 2014년 시행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선행학습으로 규정돼 금지된다.
정부는 당시 자녀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는 학부모들이 방과후 교실 대신 영어학원으로 몰릴 것을 우려해 내년 2월 28일까지 한시적으로 1~2학년에 대한 영어 방과후 교실을 허용했다.
문제는 이같은 우려는 법 시행 3개월을 앞둔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성북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김모(38) 씨는 “5학년인 첫째 아이는 영어 방과후 수업 덕분에 영어 공부에 큰 부담이 없었는데 이제 2학년 올라가는 둘째 아이는 당장 내년부터는 수업을 들을 수 없어 학원을 알아보는데 학원비가 방과후 교실의 3~4배나 되고 3월 개강 수업은 이미 자리가 다 찼다”며 속상해 했다.
일부 사립초등학교는 불법으로 1~2학년에 대한 방과후 영어교실을 운영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역차별 논란도 벌어진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이달 진행된 서울 사립초등학교 13곳 입학설명회를 조사한 결과 상명ㆍ성동ㆍ영훈초등학교는 방과후 영어교실을 정규교육과정처럼 모든 학생이 참여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영훈초는 “1~2학년 영어 방과후 학교가 금지돼도 3학년부터는 ‘영어몰입교육’이 가능하니 안심하라”는 문자를 학부모에게 보낸 것이 확인됐다. 영어몰입교육이란 수학 등 영어 외 교과목을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으로 법 상 금지돼 있다.
상명초의 경우 영어 방과후학교 분반을 위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원어민 인터뷰 방식의 ‘레벨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으로 확인됐다. 결국 영어유치원 등에서 미리 영어를 공부하고 올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학부모 이모(34) 씨는 “사립초등학교의 불법적 영어 교육은 제대로 단속도 못 하면서 공립학교가 기존에 하고 있던 방과후 교실은 없애라면 돈많은 집 자녀는 영어로 앞서가고 대다수 학생들은 이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준호 전국방과후법인연합 간사는 “영어 방과후 교육 폐지는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교육부 회의에서 유아기부터 대학까지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한 것과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과후 영어 교사들의 대량 실직도 우려된다. 방과후 수업이 금지되면 한국인과 원어민 강사 등 7000여명이 실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 교육청 앞 등에서 항의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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